
서론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농협은행 합격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농협은행은 취준생 시절에 1순위 목표였던 기업이었다. 집이랑 가까워서.
매일 도서관에 박혀 공부하다가 지칠 때면, 농협은행 합격 후기를 작성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했던가.
막상 합격하고 나니 이런저런 핑계로 블로그 작성을 미뤘다.
두 달에 가까운 연수가 끝나고, 업무에 배치받은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어느덧 상반기 채용 시즌이 다시 찾아왔다. 블로그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펙
취준생 시절에 정말 많은 취업 후기를 읽어보았다.
항상 스펙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쉬운 스펙을 두고 나와 비교해 보며, 스스로의 합격 가능성을 따져보기도 했다.
지금은 스펙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보는 사람의 흥미를 위해서 적었다.
학교: 중경외시
학과: 상경 계열
학점: 3점 초반대
인턴: x
창업: 1회
SW 교육: SSAFY 12기, 애플디벨로퍼아카데미 2기
수상: x
프로젝트: 다수 (대표 프로젝트 2개)
어학: 토익 885 / OPIc IM2
자격: 정보처리기사, SQLD
취준생으로서 특이사항은 3가지 정도 있었다.
1. 창업 경험
약 1년 8개월 간의 창업 경험이 있다. 개발 업무는 아니었고, 기획과 제작에 가까웠다.
시드 투자도 받았고, 꽤 열심히 살았다.
다른 사람에게도 티가 나는지, 항상 창업 관련된 질문을 깊게 받았다.
그때 쌓아둔 경험이 취준생으로서 가장 큰 무기였다.
2. 비전공자 문과
개발 직군 취준을 하다 보면 경쟁자들은 보통 컴공 혹은 관련 전공자.
복수전공 혹은 부전공. 아니어도 이공계.
문과 단일 전공이 흔치는 않다.
그래서 개발자를 하게 된 계기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필요하다. 꼭 한 번은 물어보더라.
싸피 같은 교육 경험이 있으면 대처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3. iOS
특이하게도 iOS 프로젝트 경험만 갖고 있었다.
필수 소양인 JAVA도 취준 당시에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백엔드 직무에서 JAVA를 사용하고 있다.
대기업이면서도 서비스 기업이 아닌 농협은행 특성상, 언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듯하다.
전형

전형이 조금 많은 편이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한데, 막상 시작하면 또 어떻게든 하게 된다.
각 전형별로 간단하게만 경험을 적어보겠다.
1차(서류)

1. 온라인 인적성평가(Lv.1)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홈페이지에서 농협은행 인재상 찾아보고 하면 된다.
솔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고, 걱정된다면 페르소나를 하나 만들면 좋다.
인재상과의 일치성, 답변의 일관성이 포인트이다.
2차 평가도 있으므로 답변했던 맥락을 기억해 두자.
2. 자기소개서
자소서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도 잘 읽히게 쓰려고 노력했다.
무조건 두괄식으로 썼다.
경험 중심으로 썼다. 경험의 결과는 전부 숫자로 적었다.
미사여구, 내가 느꼈던 감정 이런 건 다 뺐다.
농협은행에서 진행 중인 사업과 경험을 엮어서 로열티를 보여줬다.
문장력을 높이기 위해 chatGPT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 농협은행의 경우 서류 가점 항목의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필자는 싸피 미수료 상태에서 지원했던 것이어서, 서류 가점이 없는 상태로 지원했다.
2차(필기)
1차 서류 합격 결과가 나오고, 바로 그 주에 2차 전형을 진행한다.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합격 전에 미리 준비하거나, 평소 실력으로 박치기해야 한다.
코딩테스트는 토요일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나머지 3개의 필기 시험은 일요일에 고사장에 모여서 진행한다.
필기 시험은 체력의 소모가 크긴 한데, 반나절이면 끝이 나서 나름의 재미가 있다.
초코바 같은 것도 나눠주어서 수능 때 기분도 살짝 난다.
3. 온라인 코딩테스트
SQL 2문제 + 알고리즘 3문제이다.
SQL은 GROUP BY, IFNULL 활용하는 문제였다.
어렵지는 않았다.
알고리즘은 단순 구현 / 수학 / 그래프 탐색 유형이었다.
난이도는 백준 기준 실버 상위 - 골드 중하위 정도.
아주 쉽지도 아주 어렵지도 않았다.
합격자의 경우 평균 3-4솔 정도였다.
나는 1솔했다. 다소 어이가 없는 결과였다.
그렇지만 다음날 필기 시험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알고리즘에 너무 목을 매지도 걱정하지도 말자.
4. 인적성평가(Lv.2)
1차 인적성평가 때의 선택을 잘 기억하면서 선택하면 된다.
필기 시험의 첫 번째 과목으로, 몸풀기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5. 직무능력평가
보통 NCS라고 불리는 유형의 시험이다.
60문제였고, 예년과 다르게 오답 감점은 없어서 시원하게 찍었다.
수리 논리 유형보다는, 비문학 유형이 주로 출제됐다.
합격자의 경우 35-40문제 정도 풀었고, 필자는 50문제 정도 풀었다.
코테의 실책을 만회할 수 있었다.
팁이 있다면 이자율 계산처럼 시간을 잡아먹는 문제는 과감하게 넘겼다.
배점이 높을 수는 있겠지만, 저런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시간 조절에 실패하여 시험 전체를 망치게 된다.
6. 논술평가
약술형 1문제 (A3 절반 분량)
논술형 1문제 (A3 2장 분량)
약술형은 농협과 관련된 주제가 나온다.
주제에 대해 알고 있으면 좋지만, 몰라도 괜찮다. 어차피 다들 잘 모른다.
논술형은 기술과 관련된 주제이다. 논술형은 길게 써야하므로 주제에 대해 지식이 조금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굉장히 일반적인 수준의 주제이므로, 개발 직군으로 취준을 하고 있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작성한 내용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구조를 갖춰서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구조: 서론 - 본론 (주요 관점 3가지 -> 반대 관점 3가지) - 결론
시험지 맨 뒷 장에 글의 구조도를 그려놓았는데, 이것이 어필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분량은 꽉 채워서 썼다.
3차(면접)
필기 결과 발표 이후 면접까지는 1-2주 정도가 주어진다.
다들 면접 스터디를 하지만, 필자는 면접 경험이 있어서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만약 면접이 처음이라면 스터디를 추천한다.
하다 보면 떨지 않게 되고, 떨지 않으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지원자가 될 수 있다.
농협은행 5급 공채는 3가지 면접을 원데이로 진행한다.
역시 반나절 정도 소요되고, 면접 순서는 사람마다 다르다.
7. 적합성면접 (40분)
지원자 4 : 면접관 3.
프로젝트 경험, 자신 있는 언어, 농협은행에 대한 로열티, 인성 질문 등으로 구성된다.
가장 일반적인 면접이고, 날카로운 질문도 없었다. 적당한 분위기이다.
다대다 면접이기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관의 질문에 첫 번째 지원자가 잘못 대답하자, 나머지 지원자도 모두 잘못 대답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럴 때 정신 차리고 똑바로 대답하면 득점할 수 있다.
두괄식으로 대답하고, 중언부언하지 않고, 말끝 흐리지 않고, ... 이런 건 생략하겠다.
8. 토론면접 (40분)
지원자 8(4:4) / 면접관 3
금융 + IT 관련 주제가 정해져 있고, 면접장에 들어가서 랜덤으로 찬/반을 나누어 토론을 진행한다.
토의가 아니고, 토론이기에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도 강조한다.
주제에 대한 자료와 함께 5-10분 정도 읽을 시간이 주어진다.
자료 분석 시간이 끝나면, 진행 없이 자율 토론이 시작된다.
주제는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자료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토론은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자율적으로 한다.
토론은 튀지 않고 무난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는데, 필자는 엄청 튀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물론 쿠션어를 열심히 사용했지만, 나중에 면접장을 나와서 상대 측에게 미안하다고도 했다.
일단 토론을 이길 수 있는 주제로 이끌어 가는 게 중요하다.
찬성과 반대 측에는 각각 핵심적이면서도 반박하기 어려운 논제가 있을 것이다.
토론의 프레임을 해당 논제로 유도하면 이기기 쉽다.
다음으로는 메모하는 게 중요하다.
토론이 과열되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이때 메모해 두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언급하면, 주장에 힘이 생긴다. 최소한 그런 것처럼 들린다.
이기고 있는 토론에서는 주도하기가 쉽다.
적절한 예시도 잘 떠오르고, 합의점을 유리하게 제안하기도 쉽다.
주도할 수 있으면 주도하자.
득점은 못 하더라도 다음 면접을 자신감 있게 볼 수 있다.
9. PT면접 (20분)
지원자 1 : 면접관 3
금융 + IT 관련 주제와 자료를 나눠주고, 5-10분 동안 읽게 한다.
이후 면접실로 옮겨서 8분 발표, 12분 면접을 본다.
PT 주제가 꽤 어려웠다. 처음 들어보는 주제였다.
그래도 PT 자체를 구조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면접이 쉽지 않았다. 기술 면접 + 압박 면접이었다.
하나의 주제 관련 꼬리 질문이 계속되었는데, 필자는 얕은 수준만 대답하고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이 되니까 의도된 압박이라는 걸 알면서도 난감했다.
당시에는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도 다 어려웠나 보다.
이럴 때는 아는 만큼만 이야기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 낫겠다.
마치며
최종 합격 소식을 확인했을 때는 방방 뛰고,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 지를 줄 알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좀 좋았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기뻐해 줬다.
비전공자로서 개발 직군 취준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기존 직무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뚝심 있게 하다 보면 안 되는 것은 없더라.
최종 합격 후기를 쓰고 있으려니,
길고 길었던 취업 준비 기간이 이제서야 막을 내렸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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